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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으로 데려간 건 부모님 얼굴'
작성일 : 2015-09-17 오후 6:36:50 Views : 9,938
▲ 2015년 상반기에 안정기 돌풍이 있었다면 하반기엔 박상준(사진) 돌풍?
말이 달리는 듯한 힘찬 이미지의 이름을 갖고 있는 렛츠런파크(Let’s Run Park)배.

2014년 창설돼 올해로 두 번째를 맞아 9월14일과 16일 한국기원에서 통합예선을 치러 본선진출자를 가려냈다. 본선이 64강부터 시작이라 1승~2승을 거두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 문턱이 여타 기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얘기. 그렇다고 해도 간단하지는 않다.

201명이 티켓 52장(시드 12장 제외)을 다퉜다. 그 경쟁 끝엔 원성진, 조한승, 허영호, 변상일, 김승재, 백홍석, 이창호, 신민준, 윤준상 같은 이름난 강자들과 힘깨나 쓴다는 신예 강호들이 저마다 본선 자리를 꿰찼다. 여자기사 중엔 최정, 이민진, 김혜민 3명 등 여자 정상급이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8명의 대표가 출전한 아마추어 중엔 오직 1명만이 본선에 진출했다. 박상준이다.

1회전에서 이용수 7단을 꺾고 나서 김주호 9단을 꺾었다. 얼마 전에는 또 하나의 국내 오픈기전 43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에서 예선3회전까지 올랐다가 탈락했다. 아주 눈에 띄는 활약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6월에 LG배에서 중국 정상급 천야오예 9단를 꺾고, 곧 이어진 제2회 몽백합배에서 승리를 추가해 포인트입단에 성공한 안정기 초단이 퍼뜩 떠오른 건 당연한 수순인 것 같다.

“허구한 날 오목 상대를 해 주던 아버지가 지치셨는지 나를 바둑교실에 보내셨다.”
박상준(18)과 바둑의 만남은 이렇게도 절묘한 우연이다. 오목과 바둑은 직접적인 연관도 없으니 말이다. 그 뒤 박상준은 프로기사를 꿈꾸게 됐고. 지금은 입단에 가까워져 있다.

프로지망생이라면 부모님과 어릴 때부터 떨어져 타향살이를 하는 일이 흔하다. 고향과 부모님이 너무 그리워, 고향으로 돌아가 공부하는 박상준은 요즘 부담감은 떨치고 자신감을 얻었다. 연구생 신분이지만 오픈 기전에 나가 거침없이 프로기사들을 격파하고 있다. 박상준과 이야기해 봤다.

- 렛츠런파크배 본선에 진출했다. 오픈 기전 본선 진출이 처음인데 기분이 어떤가?
“아마선발전 통과도 쉽지 않다고 봤는데 아마대표가 되어 이게 어딘가 싶었는데 예선 통과까지 하니 정말 기분이 좋아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지막 대국은 김주호 9단과의 대국이었다. 선발전부터 통합예선에 이르기까지 ‘그래, 이길 수 있는 데까지 이겨보자’는 생각뿐이었는데 꿈만 같다.”

-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대국, 김주호 9단과의 판은 어땠나?
“초반은 만족스럽지 못하게 시작했다가 중반에 조금 풀렸나 싶었는데 실수를 하는 바람에 확실하게 나빠졌다. 종반에 뒤집었다. 김주호 사범님이 끝내기 석집 손해를 보셨을 때 승리를 확신했다.”

- 올 상반기 돌풍의 핵이었던 안정기의 활약이 아마추어 기사(연구생)들에게 고무적이었던 것 같다. ‘안정기 효과’가 충분했다고 보는가?
“안정기 아마(지금은 포인트누적으로 프로가 됨)가 세계적 수준의 프로기사들과 대등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상대를 철저히 분석할 때 전략을 세우고 공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아마추어들이 다들 자극 받고 자신감을 얻었다.”

- 오픈 기전에는 가능한 한 출전하려고 하는가?
“오픈 기전 아마선발전이라는 것도 연구생 서열이 받쳐줘야 출전할 자격이 생기는 거긴 한데(박상준은 현재 연구생 서열 22위). 나갈 기회만 오면 나가고 있다.”

- 그동안 오픈 기전에서 성적은 어땠나?
“여섯 차례 기회가 있었는데 1회전 탈락이 대부분이었고 근래 열린 43기 하이원리조트배와 이번 2015 렛츠런파크배에서 연속으로 대표에 선발됐다. 하이원리조트배에서 10점, 렛츠런파크배에서 20점 얻어서 입단포인트 30점이 쌓였다.”

- 아마추어(연구생)가 프로기사와 두는 건 긴장되는 일이다.
“앞서 펼쳐진 하이원리조트배 선발전 때부터 부담이 사라졌다. 프로기사와 둘 때도 의식을 하지 않게 됐다. 전에는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게 잘 되지 않았는데 최근은 잘 된다.”

- 요인이 뭐라고 보는가?
“고향에 돌아온 뒤부터 몸상태가 좋아진 것 같다. 내 고향은 전북 익산이다. 지금은 전주 <강종화바둑도장>에서 혼자 공부를 하고 있다. 전주와 익산은 거리가 있긴 해도 가까운 편이어서 고향에 돌아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서울로 떠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유창혁바둑도장에 가서 최규병·김영환 사범님한테 배우고, 김준상 아마강자의 가르침을 받았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그 도장이 충암바둑도장으로 합쳐졌고 김대용·홍장식·한종진 사범님한테서 배웠다. 고2 때 지금 이곳으로 돌아왔다. 서울 생활이 힘들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것도, 고향을 떠난 탓에 부모님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다는 것도, 단체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고달픈 일이었다.”


▲ 렛츠런파크배 1회전. 이용수 7단(오른쪽)과의 대국.

- 지금은 어떤가?
“정말 잘 지내고 있다. 바둑이 힘들 때면 부모님을 뵈러 간다. 주로 주말이 되겠다. 부모님 얼굴만 봐도 행복하다. 어릴 때부터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

- 바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아버지와 오목을 즐겨두었다. 허구한날 오목 상대를 해 주시던 아버지가 지치셨는지 나를 바둑교실에 보내셨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바둑을 배워 보니 바둑이 더 재미있었다. 실력도 쑥쑥 늘었다. 약 2년 뒤 아버지가 진로를 물으시면서 바둑을 배우려면 서울로 가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주저없이 바둑을 택했다. 후회는 없다.”

- 공부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가?
“도장에서는 주로 혼자서 공부하고 아마강자들과 토론을 하기도 한다. 오전 8시에 도장에 나가 밤 9시에 기숙사로 되돌아온다. 기보를 연구하고 아마강자들과 스파링한다. 종반 연구를 좋아한다. 초반·중반·종반 중 하나 자신 있는 걸 꼽으라면 종반이다. 끝내기의 묘미에 빠져있다. 어릴 때부터 종반에 관한 책을 많이 보고, 끝내기 문제를 좋아했다.”

-몸 상태는?
“전에는 잠을 8시간 이상 자도 찌뿌둥했는데 지금은 7시간 자면 저절로 깬다. 몸이 좀 가뿐해진 걸 느낀다. 체력보강을 위해 한 주에 두 차례 정도 축구도 한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 인터넷 바둑도 두나?
“예전보다 많이 두어 하루에 2, 3판 둔다. 초읽기 20초짜리 바둑을 즐긴다.”

- 좌우명이 있다면?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자’ 어디서 무얼 하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좋아하는 바둑 격언은?
“’들여다보는 데 잇지 않는 바보 없다.’이다. 두터움을 좋아하는 기풍 때문에 이걸 좋아하는 것 같다.”

- 입단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겠다.
“몇 달 전까지 부담감은 많고 자신감은 부족했는데 해결되고 있다. 입단대회에서는 부담을 떨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좋은 조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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